세이브는 '기회 의존' 지표다
세이브(SV)는 팀이 앞선 채로 9회(또는 3점 이내 리드에서 마지막)를 지켜야 붙는 기록이다. 즉 마무리가 아무리 잘 던져도 팀이 리드를 못 만들면 세이브 기회 자체가 없다. 그래서 세이브 개수는 다승처럼 '팀 성적 + 기용'이 섞인다 — 상위권 팀 마무리가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반대로 세이브를 많이 쌓아도 ERA·WHIP가 높으면 '조마조마한 뒷문'이라는 뜻이다. 아래 7명을 세이브뿐 아니라 ERA·WHIP·볼넷을 나란히 놓고 봤다.
| 선수 | 세이브 | ERA | WHIP | 이닝 | 탈삼진 | 볼넷 | 승-패 |
|---|---|---|---|---|---|---|---|
| 김재윤 삼성 | 20 | 2.60 | 0.95 | 34⅔ | 37 | 14 | 4-3 |
| 손주영 LG | 18 | 1.14 | 1.35 | 23⅔ | 24 | 15 | 1-0 |
| 박영현 KT | 15 | 2.83 | 1.26 | 35 | 34 | 17 | 6-0 |
| 최준용 롯데 | 14 | 3.09 | 1.40 | 35 | 35 | 17 | 4-3 |
| 성영탁 KIA | 12 | 3.51 | 1.38 | 33⅓ | 27 | 11 | 2-1 |
| 이영하 두산 | 12 | 4.76 | 1.56 | 34 | 44 | 20 | 3-3 |
| 유영찬 LG | 11 | 0.75 | 0.83 | 12 | 12 | 6 | 0-1 |
데이터: KBO 공식 2026-07-02 기준 시즌 누계. 초록은 부문 최상위. 세이브·탈삼진·볼넷·승·패는 누계, ERA·WHIP는 비율. 이닝의 ⅓·⅔는 아웃 카운트(1아웃·2아웃).
김재윤 — 유일한 20세이브, 볼넷을 아낀 안정형
삼성 김재윤은 20세이브로 리그에서 홀로 20SV 고지를 넘어 단독 1위다. 숫자만큼 중요한 건 WHIP 0.95 — 34⅔이닝 동안 안타·볼넷을 이닝당 1명 미만으로 억제했다는 뜻으로, 마무리에게 가장 중요한 '주자 안 내보내기'를 해냈다. 볼넷도 14개로 이닝 대비 적다. 삼성이 상위권을 유지하며 세이브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준 것도 20SV의 배경이다 — 그 기회를 김재윤이 흔들림 없이 걸어 잠갔다. 세이브 개수(기회)와 WHIP(안정)을 동시에 갖춘, 현재 KBO 최고 마무리에 가장 가깝다.
LG — 손주영·유영찬 두 마무리로 뒷문 29세이브
1위 싸움을 하는 LG는 마무리를 둘로 나눴다. 손주영은 18세이브·ERA 1.14로 주 마무리 자리를 잡았고(선발에서 뒷문으로 이동한 워크로드), 유영찬은 12이닝 ERA 0.75·WHIP 0.83의 압도적 구위로 11세이브를 보탰다. 둘을 합치면 LG 뒷문만 29세이브 — 김재윤 단독 20SV를 팀 단위로는 앞선다. 이는 강팀일수록 세이브 기회가 많다는 걸 그대로 보여준다. 다만 유영찬의 등판(13경기)이 적은 만큼, 후반기 두 마무리의 역할 분담과 컨디션이 LG 뒷문 안정의 열쇠다.
박영현 — 15세이브에 6승 0패, 승리까지 챙긴 마무리
KT 박영현은 15세이브에 6승 0패라는 독특한 조합이다. 마무리가 6승이라는 건 동점·역전 상황에 올라와 팀이 다시 앞서며 승리를 챙긴 경기가 많았다는 뜻 — 세이브(리드 지키기)와 승리(역전 뒤 마운드)를 동시에 쌓았다. ERA 2.83·WHIP 1.26으로 내용도 준수하다. 패가 없다는 것(0패)은 결정적인 순간 무너지지 않았다는 신호다. 김재윤·손주영과 세이브 개수는 벌어졌지만, '승패까지 포함한 뒷문 기여'로 보면 박영현의 무게가 다르게 읽힌다.
한국어로 풀면
세이브 순위표만 보면 "김재윤 20SV 1위"의 단순 숫자다. 하지만 ERA·WHIP를 같이 보면 같은 세이브도 결이 갈린다 — 유영찬은 ERA 0.75로 거의 실점을 안 하고, 이영하는 12세이브를 쌓았지만 ERA 4.76으로 조마조마하게 걸어 잠근다. 세이브 개수는 '팀이 리드를 만들어줘야' 쌓이는 기회 의존 지표라, 마무리 실력을 온전히 담지 못한다. 그래서 세이브왕은 '개수(기회) + WHIP·볼넷(안정) + 팀 성적'을 함께 봐야 제대로 읽힌다. 김재윤이 단독 1위를 지키느냐, LG 두 마무리가 팀 단위로 밀어붙이느냐, 박영현이 승패까지 얹으며 존재감을 키우느냐가 후반기 세이브 레이스의 축이다.